2019년 4월, 네이버 도전만화에 웹툰 <401호 토끼굴>의 연재가 시작됐다.

주인공인 '조과장'이 아내와 함께 백일 남짓된 딸을 키우는 이야기를 담은 육아만화다.

작가인 sreemboy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주일 동안 웹툰을 그려 매주 월요일 출근 전에 업로드한다고 한다.

그는 클리앙, 보배드림, 뽐뿌, 웃긴대학, 오늘의유머, 루리웹, 딴지일보 등 주요 커뮤니티에도 작품을 올렸다.

클리앙에서는 '아타리쇼크'란 닉네임으로 활동했는데, 클리앙에 젊은 부모들이 많고 <401호 토끼굴>에 육아 과정에서 공감할 만한 사연들이 많다 보니 적지 않은 팬들이 생겼다.

하지만 가입하자마자 웹툰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홍보 목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6월 11일, 클리앙에 <401호 토끼굴>의 표절을 의심하는 고발글이 올라왔다. 8화의 에피소드 3개 중 2개가 <베이비블루스>의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

토끼굴 8화 '성장'

<베이비블루스>는 1990년부터 연재 중인 미국 만화로 젊은 부부의 육아일기를 재치있게 다루고 있다.

<401호 토끼굴>의 '성장' 편에서 조과장은 딸이 칭얼댈 때 안아서 재우는 방법을 찾았으나 아내로부터 '딸이 저번 주부터 침대에서 잘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허탈해 하는데 <베이비블루스>의 에피소드와 구성 및 연출이 똑같다.

<401호 토끼굴>의 '히어로' 편 또한, 사고로부터 아이를 지켜내는 엄마를 '슈퍼히어로'에 비유하는 <베이비블루스>의 에피소드를 리메이크한 수준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다른 회차들도 <베이비 블루스>를 차용했으며 5화는 정철연 작가의 웹툰 <마조앤새디>의 짜깁기가 의심된다고 한다.

<401호 토끼굴>이 클리앙 회원의 작품이고 팬들도 많았기 때문에 표절 논란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자 sreemboy 작가는 클리앙에 콘티 초안을 올린 뒤 '성장 편은 오래 전에 생각했던 에피소드고, 히어로 편은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이비 블루스

홍보 목적이란 비판에는 '프로 만화가가 꿈이라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화를 여러 커뮤니티에 올렸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베이비 블루스>는 끝까지 언급하지 않아 모호한 해명이란 비판이 일었고, 그제서야 그는 '<베이비 블루스>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육아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지망생이 <베이비 블루스>란 대표적인 육아만화를 모를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일부 팬들이 끝까지 응원했고 sreemboy 작가도 하나하나 사과 댓글을 달며 논란이 가라앉는 듯 했으나 '클리앙의 탐정'으로 불리는 한 회원이 다중계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다중계정(멀티아이디)이란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계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클리앙에서는 엄격히 금지된다.

과거 클리앙의 '장어초밥'이란 회원이 <401호 토끼굴>을 캡쳐해 올린 적이 있는데, IP 주소가 sreemboy 작가의 계정과 같았고 '장어초밥'의 ID 역시 sreemboy 작가의 네이버 ID와 일치했다.

'마음의 소리'에서 조준

즉, sreemboy 작가의 원래 계정은 '장어초밥'으로 '아타리쇼크'란 계정을 추가로 만들어 웹툰을 홍보했고 '장어초밥'을 이용해 바이럴마케팅까지 한 것이다.

회원들이 sreemboy 작가의 네이버 ID로 신상털이에 나선 결과, 놀랍게도 <마음의 소리>조석 작가의 친형인 조준이었다.

조준은 1980년생으로 <마음의 소리>에도 종종 등장한다.

다음 웹툰에서 <인터스텔라>, <조과장의 하루>란 아마츄어 웹툰을 연재한 바 있으며 현재 게임회사의 AD(아트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조준은 부랴부랴 다음 웹툰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도 폐쇄했다. 커뮤니티에 올린 <401호 토끼굴> 웹툰도 모두 삭제했으나 클리앙에 올린 웹툰은 계정이 정지돼 삭제하지 못 했다.

결국 조준은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리고 '8년 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어 사생활이 알려지는것을 원치 않아 이중 계정을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조준은 2011년 고양이를 분양받으려 했다가 4년 간 총 7마리의 고양이를 키워 3마리는 잃어버리고 4마리는 파양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조준은 '사이트 홍보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면서 '<토끼굴>을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