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두조 씨

배우 이휘향(58)은 1981년 미스 MBC 선발대회 준미스로 선발됐고 이듬해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해 <수사반장>의 여경 역할로 데뷔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18세 연상의 김두조와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이휘향은 23세, 김두조는 41세였다.

김두조는 경북 안강읍 출신으로 포항에서 '밤의 황태자'로 불리는 조직폭력배 두목이었다.

젊은 시절 권투와 킥복싱을 익힌 탓에 포항권투체육관을 운영하며 세계챔피언 백종권 선수를 배출했고 세계무술경호 경북본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두조는 이휘향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이휘향은 아들을 출산하며 휴식기를 가졌다가 1986년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김두조는 사업체가 있는 포항에서, 이휘향은 방송국이 있는 서울에서 머물러 오랜기간 주말부부로 지냈다.

가수 김두조 앨범 표지

김두조는 <주말부부>, <아주까리 부두>, <‘영일만 디스코> 등 총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직접 작사와 작곡을 맡았으며 특히 <주말부부>는 자신을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노래다.

수십년 간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고 2001년 민속유물과 주유소, 휴게소 건물 등 40억 원 상당의 재산을 한동대학교에 기증해 3차례 법무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두조는 2000년 초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이휘향과 살림을 합쳤고 아들은 영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후 지인들을 만나거나 친하게 지내는 배우 유퉁과 몽골로 여행을 떠나는 등 소일거리로 여생을 보냈다.

하지만 2005년 5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다음달, 홧김에 송곳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입원하기도 했다.

한동대 기증식에서 김두조·이휘향 부부

이후 포항 권투체육관을 트레이너에게 물려주는 등 주변 정리에 나섰으나 투병 중이란 사실은 숨겼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분당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고 결국 9월 사망했다. 향년 64세. '나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장례를 치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때문에 장례식은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동근, 전인화 부부 등만 참석한 채 가족장으로 치뤄졌고 사망 소식도 49재를 지낸 후에야 뒤늦게 언론에 보도됐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가수 설운도, 유퉁, 포항 권투체육관 관장도 한참 뒤에야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휘향은 ‘우리 아빠는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그 사람도 나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