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꽃뱀 강민지 '여대생 성폭행 사건' 정리

2000년 당시 주병진

2000년 11월,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이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주병진은 내의 제조회사 <좋은사람들>의 대표이자 최대 주주로 41세의 나이에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강민지(당시 25세)는 백제예술전문대 방송연예과 출신으로 165cm 정도의 키에 마른 체형, 하얀 피부의 소유자다.

강남 유흥업소 장 모(당시 34세) 마담의 주선으로 후배 이 모(당시 21세) 양과 함께 주병진을 만나기 위해 <하얏트 호텔> 가라오케로 갔다.

주병진은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 늦은 11시 30분쯤 술에 취한 상태로 합석했다. 이들은 폭탄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강민지는 16세 연상의 주병진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반말로 '오빠'라 부르고 스킨쉽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양은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고 장 마담도 새벽 2시경 자리를 비켜 줬다.

강민지는 주병진과 30분 동안 술을 마신 뒤, 주병진 소유의 은색 벤츠 S500의 동승석에 탔다. 당시 S500은 벤츠의 기함급 모델이었다.

하얏트 호텔

주병진은 호텔 현관에서 30~40m 쯤 떨어진 지상 주차장으로 차를 이동한 뒤 10여분 간 강민지와 애정 행위를 벌였다. 이어 관계를 시도했으나 주위에 사람이 있는 데다 강민지가 눈물까지 흘리며 저항해 중단했다.

강민지는 집에 가기 원했으나 못내 아쉬웠던 주병진이 한 잔 더 할 것을 제안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강민지의 손이 얼굴에 스치자 분노한 주병진은 '얼굴에 상처가 났다'며 뺨을 3차례 때렸다.

강민지는 울면서 택시를 잡았고 이 양에게 연락해 폭행 사실을 알렸다. 격분한 이 양은 새벽 4시 30분에 강민지를 만났다.

그런데, 강민지는 '주병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새로운 주장을 했다. 이들은 진단서를 받기 위해 새벽녘에 병원 3곳을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수소문 끝에 경찰병원을 찾았다.

강민지는 '폭행 후 강 간 당했다'고 진술했고 '경찰 신고가 있어야 진단서를 끊을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이 양이 경찰에 강간치상 혐의로 신고했다.

주병진

경찰조사에서 강민지는 '술자리 후 택시를 타려 했으나, 수표밖에 없어 환전을 위해 호텔로 돌아갔는데 주병진이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주병진이 멱살을 잡아 뒷좌석으로 밀어넣었고 얼굴, 목 등을 때린 뒤, 위에 올라타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강민지는 코트를 입고 배낭을 멘 상태였다. 그녀는 '성폭행 후, 주병진이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러 간 사이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면서 전치 2주의 진단서를 제출했다.

지명수배가 떨어지자 주병진은 강 모 변호사를 통해 강민지와 이 양을 접촉했다. 강 변호사는 강민지, 이 양과 아는 사이다.

강 변호사는 '강간치상죄는 피해자 진술 만으로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합의를 조언했다.

주병진은 강민지를 만나 사과했고 눈물을 흘리면서 합의를 부탁했다. 강민지가 2억 원을 요구하자 주병진은 1억 원을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는 수사 종결 전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다음날, 주병진이 자수했고 강민지는 '좋아서 했다. 상처는 그 후에 생긴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성미

하지만 무고 혐의로 조사 받게 되자 강민지는 당일 오후 '성폭행 당했다'며 또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주병진은 신고 후 강민지를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더니 결국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나머지 합의금을 주면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써 주겠다'는 제안에 1억 원을 줬고 곧 보석으로 석방됐다.

반면 강민지는 사건 한 달도 되기 전, 친구들과 스키 여행을 떠났고 합의금으로 이탈리아와 필리핀 여행도 다녀왔다.

'꽃뱀'이라는 비판에 '집안이 부유해 합의금은 관심이 없다'며 일축했고 '연예인 지망생'이란 일부 보도에 대해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휴학 중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수년 전, 학교를 한 학기만 다니고 제적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옷이 찢어지지 않았고 정 액은 물론 체액조차 검출되지 않았다.

게다가 '뒷좌석에 멱살을 잡아 밀어넣었다'는 주장과 달리 강민지가 앞좌석에 탄 걸 봤다는 호텔 종업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재만 변호사

그러나 주병진은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절친인 개그우먼 이성미에게 항소를 부탁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이성미는 이재만 변호사를 소개받아 주병진의 변호인으로 선임한다. 이재만 변호사는 후일, 전 여자친구와 법적 공방을 벌인 김현중의 변호를 맡는다.

임신 7개월이던 이성미는 증거를 수집하고 제보를 확인하는 등 주병진의 무죄 판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2심 재판 도중, 강민지가 합의금 2억 원 중 5500만 원을 이 양에게, 3500만 원은 이 양 남자친구에게 줬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이 양은 '상처를 만들기 위해 강민지의 요청으로 뺨을 때려 줬다'면서 '도와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실토했다.

또, '집안이 부유해 합의금은 관심이 없다'란 강민지의 주장과 달리 모친이 가재도구를 담보로 5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벤츠 2000년식 S500 뒷좌석

사실 강민지는 '부유한 여대생'이 아니라 룸살롱에서 '지윤', '아영'이란 예명으로 활동하는 업소녀였다. 과거 주병진의 후배 개그맨이 룸살롱에서 만난 적도 있다고.

룸살롱 업주 최 모 씨 역시 '강민지의 여동생으로부터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 누명을 쓴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재만 변호사는 벤츠 S500의 뒷좌석이 좁다는 사실에 주목해 '뒷좌석에서 관계를 맺기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강민지가 성폭행 당했다던 시간에 이 양과 평소처럼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주병진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는 아예 1심과 2심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이 성립하지 않음'을 뜻하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강민지는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8번이나 법정에 출두하지 않아 한때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이 양은 위증 혐의로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주병진은 또, 강민지와 사건을 보도한 일요신문, 서울문화사, 경향신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각각 1억 원과 9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